코리안 메이저리거 류현진

투구의 근본을 묻는 ‘ 왼손 매덕스 ‘ 류현진

” 공이 더 빠르거나 변화구가 더 예리한 투수는 많다.  하지만 제구력과 구종 선택에 있어서는 재가 본 투수 중 최고이다. ”

” 그를 상대하고 나면 바보가 된 것 같다. 그의 공이 압도적이지는 않다고들 하지만 제구와 무브먼트, 구속 가감이 다른 식의 압도적인 투수가 된다. ”

” 경기를 하면서 별로 대단한 투구라고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전광판을 보니 7회까지 1점 밖에 못 뽑은 상태였다. ”

국내 메이저리그 팬들이라면 흔히 들어본 이야기일 것이다. 그리고 그 대상으로 누구나 한 사람 류현진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이 칭찬들은 류현진의 것이 아니다.

다름아닌 명예의 전당 멤버인 그레그 매덕스의 현역시절을 설명한 말들이다.

첫번 째 인용구는 그레그 매덕스가  최초로 사이영상 4년 연속 수상에 성공한 1995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타격 코치 머브 레튼먼드가  <LA 타임스> 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다. 두번째 같은 기사에서 인용된 워커의 말이고, 세번째는 짐 토미가 1995년 월드시리즈에 대해 털어 놓은 후일담이다.

그레그 매덕스는 메이저리그 역사에서 제구력으로 한 시대를 평정한 대표적인 선수이다.  그 매덕스에 대한 평가와 류현진의 전성기 투구를 본 감상이 정말 비슷하다.

한동안 립서비스처럼 들렸지만 적어도 ‘ 단기 활약 ‘에 한정한다면 민망해할 이유가 전혀 없다. 2019년은 특히  더 그랬다.

류현진이 믿기 힘든 활약을 이어가자 매 경기 후 소감을 밝혀야 하는 데이브 로버츠 감독뿐만 아니라 LA 다저스 담당 기자들의 표현도 한계에 이르렀다.

한 두 마디로 정의하거나 몇몇 수치로 규정하기 힘든 방식의 투구인 탓에 더 그랬다.  류현진의 경기를 생중계로 해설한 김병현 해설위원은 류현진이 너무 잘해서 재미없다는 말까지 했을 정도이다

결국 상대팀으로 만난 뉴욕 메츠의 미키 캘러웨이 감독과 ESPN 의 알든 곤잘레스 기자는 류현진을 그레그 매덕스와 비교하고 말았다.

야구라는 스포츠에서 투수라는 포지션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 구종이나, 구위 투구 전략은 모두 원하는 곳에 공을 던질 수 있는 능력이 전제 되어야 한다

랜디 존슨 정도의 돌연변이가 아닌 이상 이론이나 논리도 제구력보다 앞설 수는 없다 그래서 류현진의 호투 비결은  ‘같은 자세로 다양한 구종을 원할 때마다 스트라이크존 경계에 집어넣는 능력’ 이상으로 표현하기 어렵다.

투타 대결을 타이밍 싸움으로 정의한다는 면에서 류현진은 ‘타격을 불편하게 만드는 달인’ 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듯 하다.

구체적으로 일정한 패턴을 만들지 않으려는 노력이다.  일반적으로 특정 구종은 특정 상황에 어울리도록 고안되어 있다.  이를테면 왼손 투수의 제인지업은  오른손 타자의 바깥쪽으로,  왼손 투수의 커터는 오른손 타자의 몸쪽으로 던지는 것이 정석이다.

마운드와 타석의 물리적인 위치와 변화구가 이동하는 방향에 따른 것이다.  그래서 모든 투수는자신이 의식하지 않아도 일정한 투구 패턴을 갖게 된다.

류현진은 이 부분을 묘하게 비트는 쪽으로 진화해왔던 것이다.

일정한 투구 자세를 유지하는 것도 류현진과 그레그 매덕스를 묶는 또 하나의 연결고리이다.

매덕스는 자신이 좋아하는 골프를 이용해 투구 자세에 대한 철학을 드러낸바 있다.  투수에게 구종을 선택하는 것은 골프에서 클럽을 고르는것과 같은데,  클럽을 잘못 고르더라도 안정적으로 스윙하면 괜찮은 결과를 얻는 것처럼  구종 선택에 문제가 있더라도 안정적인 투구자세로 일정하게 던지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야구라는 스포츠가 처음 생겼을 때  투수는 타자가 칠 수 있는 공을 던져주는 보조 요원이었으며 타자는 높은 공과 낮은 공을 요구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야구가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투수는 타자가 최대한 치기 어려운 공을 던져야 하는 선수로 변모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류현진은 가장 진화한 투수의 모습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선수이다.  메이저리그 평균자책점 1위에 오른 2019 년의 모습은 확실히 그러했다. 해외스포츠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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